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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차전지는 결국엔 올라간다
최근 몇년간 국내 2차전지 업계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시 한번 큰 도약을 앞두고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투트랙 전략’으로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 한국 배터리 3사의 행보가 있습니다.
셀은 미국, 팩은 한국…왜 이런 전략을 썼을까?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발맞춰 현명한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셀(Cell)은 미국에서 현지 합작으로 생산하고, 배터리 팩(Pack)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은 세제 혜택과 기술 유출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SDI는 한국에서 배터리 팩을 생산해 BMW와 폭스바겐 같은 유럽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으며, SK온도 한국에서 팩을 만들어 미국 포드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셀만 현지 생산해도 IRA 보조금 대상이 되므로, 국내 생산 공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수익 구조를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이죠.
K배터리,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강자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5월까지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중국 제외) 점유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 CATL (중국) - 29.8%
- LG에너지솔루션 - 21.6%
- SK온 - 9.9%
- 삼성SDI - 7.7%
중국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도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비(非)중국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IRA와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적절히 활용하며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심장'만큼 중요한 구동 부품
배터리 외에도 구동모터, 감속기,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예컨대, DN오토모티브(모터마운트), 지엠비코리아(워터펌프), 삼현(디스커넥트 모터) 등은 전기차 특화 부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약한 고리도 존재합니다. 배터리와 모터 사이에서 전력을 변환해주는 인버터·컨버터의 경우, 일본과 독일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개별 부품 수준에 그치고 있어 통합 제어 기술력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제는 '통합 제어'까지 도전해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인버터, 컨버터,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통합된 전력제어 솔루션으로 공급받길 원합니다. 이 분야의 국내 선도 업체로는 히트펌프 시스템의 한온시스템, 고전압 컨버터 제조사 티에이치엔, 헤어핀 모터 통합 모듈을 생산하는 SNT모티브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외엔 여전히 기술 격차가 큽니다.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센서, 전력반도체 등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분야에서는 국산화율이 30%도 채 되지 않으며, 칩과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하면 거의 전무한 수준입니다.
결국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
이처럼 셀-팩 분리 전략의 성공과 글로벌 점유율 확대, 부품 국산화의 진전은 한국 2차전지 산업이 단기 조정 국면을 지나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점차 배터리에서 전기차 핵심 부품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단기적 주가 흐름이나 산업 이슈에 휘둘릴 수는 있어도, 구조적으로 K배터리의 경쟁력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한국 2차전지는 결국엔 올라간다’는 말이 단순한 희망이 아닌, 근거 있는 사실로 받아들여질 날이 머지않았습니다.